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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구의 애매한 서화

주기율 씨의 움직이는 배 - 에필로그




 짧은 모험이 끝난 이후는 계속 눈코 뜰 새 없이 바빠서, 지후는 미처 하늬에게 거짓말에 대해 정정할 시간이 없었다. 날마다 날마다, 내일은 진실을 고백할 좀 더 좋은 기회가 찾아올 것 같았다. 그러나 까마득히 멀기만 하던 서울에 다다르게 되었을 때 지후는 이제 더 이상 미룰 수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
 심호흡을 했다. 얼굴에서 핏기가 싹 가시는 느낌이 들었다. 그는 불쑥 이렇게 말해버렸다.
 "사실 나, H대 안 다녀."
 됐다. 드디어 말했다.
 책을 읽고 있던 하늬가 고개를 들었다. 지민에게 선물받은 귤빛 램프ㅡ우린 이제 필요없는데, 줄까?ㅡ때문인지 그녀는 평소보다 더 귀여워보였다.
 "아, 난 재수생인데."
 "어?"
 그러고보니, 특별히 말이 오간 적이 없긴 했다. 하지만 분명 그녀라면 H대나 N여대 같은 학교에 다니고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A여고에 붙었던 건 맞지만, 다니다가 자퇴했거든. 수능은 내년에 다시 봐."
 "아……."
 갑자기 긴장이 풀어졌다. 지후는 학벌에 대해 거짓말을 하려던 건 아니었다는 둥, 아니 정말로 거짓말을 한 건 아니며 다니는 곳은 그 근처의 또 다른 공립인 I대고 괜히 얼버무리게 된 건 중학교 때의 네가 반장에 모범생에 우등생이었기 때문이라는 둥, 하는 이런저런 변명을 늘어놓아야한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하늬는 다시 책을 읽기 시작했다.

 지민과 기율은 움직이는 배를 팔고 시내에 아파트를 얻었다. 더 이상 항해중이 아님에도 마치 바다 위를 표류하는 듯이 보이긴 했지만, 그만하면 모쪼록 행복해보이는 신혼이라고 사람들은 말했다. 두 살배기 아이가 낀 부부를 두고 신혼이라고 말하는 것도 미묘한 일이었지만, 배 위의 생활을 밀월이라 치면 두 사람의 신혼은 이제 시작된 참이었다.
 지후와 하늬가 돌아왔을 때 한 공인중개사가 이보다 더 좋은 구매기회는 없다며 많은 오피스텔과 다세대주택과 아파트들을 소개했다. 두 사람이 고른 집은 납치사고의 보험금에 비하자면 조그마한 아파트였지만, 곧 아파트단지 내의 명물로 떠올랐다.
 소문에 의하면 지후가 그 아파트를 리모델링할 때 틀림없이 적어도 한 명 이상의 뮤지션이 그 일에 끼어들었을 거라고 한다. 그렇지 않았다면 아무리 보험금을 두둑히 챙겼다고 해도 초인종을 누를 때마다 오렌지 망고 라즈베리의 [비오는 날 고양이 시체]가 온 아파트에 울려퍼질 리는 없지 않을까?




그래서 이게 뭔데.... 그냥 적당히 판타지를 섞을 걸 잘못한듯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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