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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구의 애매한 서화

주기율 씨의 움직이는 배 - 최종회 -




 빙결의 대마도사 아델이 더욱더 무거운 한숨을 내쉬더니 왕좌에 털썩 주저앉았다.

 "한 두 가지 정도 일이 더 남았군요."
 "ㅡ당연하지."

 지민이었다. 그녀는 왕좌 앞의 계단에 올라서서 말할 기회를 기다린 모양이었다.

 "우리 배를 얼려버리면서 내 남편도 사라지게 했잖아. 어디 있어? 돌려줘."

 그러나 아델이 미처 대답하기도 전에 군중들 사이에서 놀란 비명이 터져나왔다. 계단 아래에 있던 사람들이 방치되어 있던 장난감 기타에서 일제히 물러섰다. 장난감 기타는 공중에서 꿈틀꿈틀거리며 혼자 이상한 음을 징징 쏟아냈다. 에어기타의 반전된 형태를 보는 것 같은 모습이었다. 그 속에서 기타의 정령이 크게 소리쳤다.

 "끝난 거지? 이제 내보내줘! 약속했잖아?"

 하늬가 한 손을 입으로 가져갔다.

 "아! 깜박 잊고 있었네요!"

 그러더니 지후의 곁을 떠나 부리나케 계단을 내려갔다. 그녀가 장난감 기타를 바닥에 집어던지자, 기타의 조악한 이음매가 부서지면서 귤빛 연기가 쏟아져나왔다. 하늬가 소리쳤다.

 "정령이여. 내 소원은 당신이 저주에서 풀려나 영원히 자유롭게 살아가는 거예요!"

 평소에도 그랬듯이 정령은 고맙다는 말 따위로 시간을 낭비하지 않았다. 기타가 터지면서 '펑!'하는 소리가 울려퍼졌다. 자욱한 연기 속에 훨씬 더 뚜렷한 형체가 나타나더니 서서히 몸을 일으켰다. 그 모습을 보던 지민이 탄성을 질렀다.

 "아, 분명히……율이 제자의 여자친구였지? 고마워."

 그러더니 사라져가는 연기 속으로 성큼성큼 뛰어들었다. 그 바람에 하마터면 연기 속에 서 있던 남자가 넘어질 뻔 했다. 그러나 그 남자는 조금도 화를 내는 것 같지 않았다. 오히려 지민을 번쩍 안아들고 빙글빙글 돌리는 것이었다. 지민은 부서진 플라스틱 조각을 밟고 비틀거리며 숨을 몰아쉬었다. 그녀는 어지럼증을 쉽게 느끼는 체질이었다.

 "왜 몰랐지? 진작 알아차렸어야 했는데."

 그러자 빙결의 대마도사 아델이 시무룩하게 대답했다.

 "마법을 걸어놨기 때문이죠. 그 기타가 그란 사실이 알려지면 누군가가 풀어주게 될테니까. 그래서 당신은 정령의 정체를 알 수 없었고, 기타는 아무에게도 자신의 정체를 말해줄 수 없었던 겁니다."

 전직 베이시스트 현직 음유시인 주 기율 씨는 사파이어 성에 있던 누구보다도 키가 크고 빛나는 외모의 사람이었다. 보아하니 수 년 전 지민이 지난 일처럼 말해왔던 그 EX가 분명해보였는데, 지후가 모르는 사이에 남편이 된 모양이었다.
 지후는 기율의 잘생긴 얼굴에 박혀있는 눈동자가 왠지 익숙했다. 기억을 더듬어보자 그 눈은, 고3 시절 그의 수학과외의 눈동자였다. 그러고보면 이름도 같지 않던가? 진작에 알아차렸어야 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자신의 입장이 몹시 거북해졌다는 느낌도 있었다. 그는 기타의 정령에게 도움을 받아 하늬를 구했다. 그 동안 그 정령과 친해진 듯한 기분을 받았었다. 그렇다면 한 때의 과외교사였던 이 남자와도 친해진 것일까? 아닐까? 그런 이유로 지후는 길드원들과 밴드 멤버들을 비롯한 모든 사람들이 기율 주위에 몰려들어 축하의 말을 던지는 도중에도 혼자 동떨어져있었다.
 환호성을 지르는 사람들 사이로, 누군가가 엄숙하게 걸어와 윤을 기율에게 안겨주었다.

 기율이 말했다.

 "감사합니다."

 기율이라고 아이를 안아본 경험이 많은 건 아닌 듯 했지만, 지민보다는 용기가 있는 것 같았다. 그는 아이의 몸을 부드럽게 흔들어주면서 빤히 얼굴을 들여다보았다. 윤도 둥근 눈으로 기율을 마주 쳐다보았다. 기율이 말했다.

 "벌써부터 이렇게 잘생기다니, 날 닮았나봐."

 그러자 지민이 한숨을 쉬었다.

 "그래."

 아무래도 좋다는 듯한 목소리였다.





하울의 움직이는 성 패러디인듯. 압둘라-밤의꽃은 쥬하 하울-소피는 귤밀. .. .. .....................
대강 요약하면... 빙결의 대마도사 아델이 이유없이 배를 습격. 캐스팅은 그냥 최종보스길래... -> 귤이는 장난감 기타가 되고 배는 얼어붙고... 무튼 카오스 -> 밀이는 그 사이 애기낳고 남편 찾아 삼만리 모험길 -> 길가던 지후가 소원을 들어주는 장난감 기타를 발견 -> 하늬 공주를 만나서 본격 알라딘풍 로맨스 -> 3단 합체... -> 엉? 의 전개려나.
원작은 압둘라-밤의꽃 메인의 모험스토리. 조력자로 등장하는 하울(정령)과 소피는 좀 더 간지 쩌는 마법사인 것 같지만 귤밀이랑도 윗 글이랑도 별로 관련이 없는 듯 하니 넘기기로.ㅇㅇ 심심해지면 에필로그도 패러디해볼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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