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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구의 애매한 서화

O, Romeo! Why are you Romeo?




 생리통에 시달리는 날이 아니면 보통 지민은 현관까지 마중을 나왔다. 현관이라고 해봤자 원룸 오피스텔의 특성상 침대에서 신발장까지의 짧은 거리지만, 지민은 그 앞에 맨발로 서서 신발을 신는 기율을 지켜보고 섰다가 문이 닫힐 때까지 손을 흔들어주곤 했다. 멀리 안 나가. 응. 그 차림으로 나올 생각이면 내 쪽에서 말리고 싶은데, 봄이라도 아직 밤은 추우니까……. ……그러게. 율이도 추울텐데 조심해서 들어가. 전 안 추운데요. 정말? 이의 있습니다. 뭡니까, 배지민 씨? 왜 넌 안 추운데요? 난 태양의 사랑을 받는 남자니까. ……. ……이만 갈게. 네, 그리고 그 태양이랑 당장 헤어지세요. 네, 네. 그런 이야기를 습관처럼 농담처럼ㅡ물론 농담이지만ㅡ나누고, 가끔은 그러다가 입을 맞추기도 한다. 어느 날에는 기율이 허리를 숙이고, 어느 날에는 지민이 발꿈치를 들고, 어느 날에는 기율이 지민을 안아올리고, 어떤 날에는 지민이 기율을 발로 걷어차 넘어뜨리고ㅡ잠깐, 이런 전개는 한 번도 없었는데? 뭔가 날조된 듯한 이 의식의 흐름은, 분명히─

 ─기율아.
 응? 문을 밀고 나가려다말고 불러세워졌다. 집 안에는, 얼굴에 잠깐 닿았던 밤공기와는 달리 나른하고 미지근한 여운이 아직껏 떠돌고 있었다. 조금 눅눅하고 시큼한 공기 속에 지민은 가만히 서 있었다. 여전히 그녀에게 너무 큰 박스티를 하나 걸쳤을 뿐이다. 그녀가 빤히 기율을 보고 있지 않았다면, 그가 아니라 지나가던 귤에게 귤아, 하고 말을 건 것이래도 믿을 수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분명 잘못 들은 것은 아니었다.

 자고 갈래?
 눈을 마주한 채, 지민이 물었다.

 문과대생이 아니라도, 그것이 자자는 권유가 아니라는 것 정도는 파악할 수 있다. 그녀가 오늘 유난히 많이 울기는 했지만ㅡ지민은 그걸 늘 눈물샘이 눌린다고 말했다ㅡ분명 부족하지 않을 만큼은 충분히 즐거운 시간을 보낸 참이었다. 다른 의미의 잠을 공유하는 것은, 비록 똑같이 자자는 말로 읽지만, 사실은 전혀 다른 문제이다. 기율은 집에 두고 온 과제의 마감기한과 내일 수업에 필요한 전공서적에 대해서 잠시 생각했지만, 금방 고개를 기울이며 웃었다.

 자고 갔으면 좋겠어?
 되묻자,

 응, 아니.
 지민이 모를 말을 했다. 말하면서도 그녀 자신도 어리둥절한 모양이었다.

 네가 안 갔으면 좋겠어.



한국어는 참 구사하기 어려운 언어인 것 같아요
그리고 언제나 제목은 훼이크인듯.. 왠지 밀이가 참 늠름하지만 귤밀. 귤이의 턴!과는 대략 1:1 비율일텐데 쓰지 못하는 건 제가 고자라서 그런 것 같습니다 흑흑 귤이 턴은 언젠가 나중에 ㄹ님이 써주시겠징 I believe... 그댄 곁에 없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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