뭐 이제 와서 집들이에요?
문을 열고 들어오자마자 나리가 한 말이었다. 그런 거 치고 제일 먼저 도착하신 것 같은데……아. 하루 씨. 안녕하세요. 안녕? 나루, 너도 인사해야지. 안냐세요오. 나루 안녕? 그런데……그 사이에 가족이 늘었네? 응? 둘째 낳은 지가 언젠데……잠수 좀 그만 타요. 밥 해놓고 나오기 귀찮아서 다 데리고 왔는데 안 내쫓을거죠? 하하. 실례하겠습니다. 아니에요. 많이 와주면 좋죠. 신혼이시라면서요. 아내 분은? 어이 남편. 니 아내 분이나 잘 챙기……아니, 아니다. 결혼은 왜 몰래 한 거에요? 남자랑 한거야? ……. 농담입니다. 그래서 귤 씨 부군……아니 아내 분은 어디? 그게, ……그게?
……손님?
네가 너무 일찍 와서 아직 못 깨웠어……고 말하기도 전에, 마침 안방에서 초췌한 몰골의 부군……아니 아내 분께서 고개를 빼꼼 내밀었다. 머리핀 자국이 남은 탓에 앞머리가 엉망으로 뻗쳐있다.
집들이가 오늘이었던가?
…….
아니, 아니다. 자기 전에 음식을 해놓고 잤으니까 오늘이 집들이인 거겠지, 원래 음식이란 건 하면 바로 먹고 먹고 나서 잠을 자는 그런 건데 오늘은 집들이니까 자기 전에 음식을……. 그래서 지금 몇 시지?
잔뜩 잠긴 목소리로 비몽사몽하는 지민에게 슬슬 깨우려던 참인데, 1시 30분 전. 하고 대답하자 아, 열두시 반……씻고 나갈게 기다려……. 하고 힘없이 문을 닫는다. 아니, 닫으려다 말고 지민이 물었다. 약속 1시부터 아니었어? 응. 1시.
…….
……씻고 나올게. 기다리고 있어.
그 말을 끝으로 문이 다시 닫혔다. 조금 힘이 실린 것 같은 건 기분 탓이겠지…….
…….
……저기, 오면 안 됐던 거 아니야?
잠깐의 침묵 끝에, 나리가 조심스럽게 물었다. 기율은 같은 게임길드의 마스터가 자주 쓰는 이모티콘을 떠올리며 고개를 저었다. 지민인 번역가거든. 낮밤이 잘 바뀌는 편이라……일단 앉아. 앉으세요. 아내 분 이름이 지민이에요? 지민이란 이름 좋지 않아? 중학교 때 되게 좋아했던 선배 이름인데. 지민 선배. 같은 동아리였어요. 두근두근.
……으응? 그래?
저기, 나 아직 여기 있는데.
그 선배랑 내 여자 이름이 같은 게 무슨 상관이지 싶은 기분도 없잖아 있지만, 남편의 헛기침소리에 굴하지 않고 나리는 계속 즐거워했다. 지민 씨라고 부르면 되나? 아니면 귤 씨가 형이니까 형수님? 아니, 이건 좀 거칠고 올케 언니려나……되게 낯설다. 왠지 지민 선배님이라고 불러야 될 것 같아. 그러고보니 그 선배랑 조금 닮은 것 같기도…….
그리고 이 쪽에선, 썩 상관없는 일이지만 하루와 나리가 잘 어울리는 한 쌍으로 보인다.
……? 갑자기 왜 웃어요? 아니, 하루 씨랑 둘이 잘 어울려서. 네? 감사합니……. 잠깐, 신하루 씨랑? 칭찬인지 욕인지 모르겠는데……. 글쎄, 나 어디 안 갔다니까?
정말 무슨 상관인가 싶지만, 소심한 규모로 끊임없이 만담을 시전하고 있는 부부가 여기에……아.
아빠.
쥬니어가 아닌가.
마침 환기용 캐릭터가 등장했다.
안녕하세요? 엄마가 먼저 나가보라고 하셔서.
생긋? 겨우 세 살인 애가 접대용 미소처럼 보이는 걸 짓는 이유가 뭘까. 애기들이 놀러왔더라 우리 애기가 애들이랑 좀 놀아주고 있으렴 부탁할게 같은 얘길 하면서 머리의 물기를 털고 있었을 지민의 모습이 눈 앞에 선했다.
……엄마아? 귤 씨, 애도 있어요? 결혼도 몰래 하더니……애는 또 언제 낳은거야? ……뭐, 신혼여행 중에. 허니문 베이비이? ……지민 씨가 되게 관대하네요. 난 애 낳자고 보채는 거 2년이나 못 들은 척 했는데……가 아니라, 벌써 말을 저렇게 잘해요? 우리 아들은 네 살 반인데 아직도 혀짧은 소리가 특기건만……. ……나리야, 애 듣는다.
안녕? 넌 이름이 뭐니? 형하고 인사해~
…….
성원에 힘입어 나름 이어쓰려고 노력하였으나 결국 애기 이름이 없어서 여기까지....
COM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