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주했더니이 술이 약해졌나아.
몇 년이지이? 임신한 뒤부터니까 한 삼 년? 삼 년 됐나아? 지민이 킬킬거리며 웃었다. 기율은 과자 사이에 치즈 따위를 끼워넣다가 말고, 제대로 들은 것이 맞나 싶어서 그녀를 돌아본다. 금주기간은 아마도 아들이 며칠 전에 두 번째 생일을 넘겼으니 3년 쯤이 맞을 것 같지만, 저렇게 바람빠진 풍선같은 소리를 내면서 웃는 건 처음 본다……아니, 처음 듣는다.
주량이란 것이 마실 수록 느는 거란 이야기는 들어본 적 있지만 안 마실 수록 줄어드는 것인지는 잘 모르겠다. 하지만 맥주보다는 소주, 과일소주보다는 막걸리, 칵테일보다는 독주를 즐기던 배지민 씨의 전적을 생각하면 그 실례를 보고 있는 것도 같다. 오랜만의 음주로 한껏 기분이 좋아진 듯한 지민은 웃다가 말고 들고 있던 잔을 말끔히 비웠다. 깨뜨릴까 싶어졌는지 유독 조심스럽게 내려놓았다. 손가락이 조금 흐물거린 것 같은 건 기분 탓이었으면 하는데……아?
갑자기 지민이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의자에 앉아있었으면 의자를 뒤로 넘어뜨렸을 것 같은 기세였다.
왜 그래?
애기.
풀린 눈으로 지민이 중얼거렸다. 애기가 없어졌어.
여기서의 애기는 애용하는 악기 따위(愛器)나 기계(愛機)같은 것이 아니라 소위 말하는 Baby의 애기다. 기율은 지민이 정말로 취한 건지 단순히 텐션이 올라간 것 뿐인지를 더 이상 고민하지 않기로 했다.
……애기는 밑에서 자잖아.
밑에?
밑에.
애기는 왜 벌써 자나아?
지민이 고개를 기울였다. 다시 세우지 못하고 넘어질 뻔 한다. 밤이라 먼저 자나아?
우리 지금 아들 재워놓고 술 마시는 중이잖아……. 같은 현실적인 상황설명을 붙여주기도 전에 지민은 휘적거리며 배 안으로 들어가버렸다. 어디 가? 애기 보러 가아. 설마 재워놓은 세 살짜리 아들에게 술을 권하러 가시는 길이신가 싶어 기율은 난감해졌는데, 계단을 따라내려오자 생각이 곧 바뀌었다.
……지민…아?
어둠 속에서 발이라도 헛디뎠는지, 지민은 아이의 침대 앞에 넘어져있었다. 얼핏 보기엔 침대 근방에서 흐물흐물 흘러내린 것 같았다. 아니, 정확히는 침대의 모서리에 매달려 아이를 들여다보고 있었는데, 차마 아이에게 손을 뻗을 자신은 없는 것 같았다. 다행히 아이는 곤히 잠들어있어, 지민이 조금 주정을 하는 정도론 깰 것 같지 않았다.
연신 웃는 낯으로, 혹은 우는 낯으로, 지민은 열심히 말했다. 내 애기.
애기야. 엄마에요.
엄마가 사랑하는 거 알지이?
……애기도 엄마 사랑하지?
엄마는요…….
지민의 목소리는 조그맣고 나지막해서, 자고 있는 아이에게는 들리지 않을 것이 분명했다. 하지만 기율은 잠시 그 덧없는 술주정을 지켜보기로 한다. 눈을 가늘게 뜨고, 해가 지고 뜨는 것을 바라볼 때처럼 약간의 감동과 함께, 아이의 곤한 얼굴과 지민의 느슨한 미소를 가만히 눈에 담는다. 불빛이라곤 달 뿐이었으니 눈이 부셔서는 아니었을텐데,
자, 자, 배지민 씨. 올라가자.
응? 응.
어쩐지 웃는 눈으로 지켜봐야 할 것 같았다.
율아. 애기는 알거야. 그치? 내가 맨날맨날 사랑한다고 말해줬는걸. ……매일? 매일 언제? 내 뱃 속에 있을 때 매일. 그랬어? 응. 하루도 안 빼먹었어. 요즘은 쑥스러워서 잘 못하지만……. 쑥스러워? 쪼금? 와인 몇 잔에 취해버린 아내는 허리에 매달려 나오면서도 웃는 낯이었다. 그렇다고 안 사랑하는 건 아닙니다. 웃는 낯으로, 여지껏 입에 담지 않던 사랑을 말한다. 나도? 음……. 율이는……. 어라, 율이는 내 남편이자나? 그니까 율이도 사랑. I love you so much. 네, 네. 아……말하는 걸 잊어버렸는데 나 이제 그만 마실래. 쪼금 취한 것 같아. ……그건 안 말해도 알아요. 그리고ㅡ
또 뭐?
그리고 메리 크리스마스.
김공영 씨와의 공통점이 하나 더 생각났는데 주당이라는 거. ...
근데 전 주당이 아니에여. 어제도 맥주 몇 잔 마시고 10분만 잔다는게 눈떠보니 8시... ... 그리고 이 뻘글을 쓰고 나니 약속시간이 다가오는근영?ㅋ 망ㅋ 놋북은 버벅거릴 뿐이고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