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례도 하객도 없는 식이었지만, 순백의 드레스만큼은 고전적인 신부의 옷차림이었다. 5월의 밤은 그리 차갑지 않아서 어깨를 드러내고도 춥지 않았다. 지민은 선박장의 작은 화장실에서 마지막으로 거울을 들여다봤다. 같은 바다여행을 앞두고 있지만, 비키니 차림을 정돈하고 탈의실을 나오던 스물과는 각오가 달라야할 것 같았다. 그러려면 역시 화장을 좀 더 진하게 해야했나 생각했지만, 이미 화장대를 떠나온 지 오래였다. 그리고 다시 돌아가지는 않을 것이다.
오래 걸려?
바깥에서 신랑의 목소리가 들린다. 재촉하는 기색은 없지만 이미 이 특이한 신부대기실에는 더 이상 남은 용건이 없었다. 밖으로 나가야겠다고 생각하는 순간, 지민은 까마득한 스무 살의 바다에서처럼, 가볍게 아랫배가 시려오는 감각을 느꼈다……. 잠시 입을 다물고 그 때처럼 배를 내려다보려는데, 그 대신 개수대 위에 올려놓았던 부케와 눈이 마주친다.
……하얀 꽃.
천천히, 지민은 문 바깥에 서 있는 남자의 웃고 있을 모습을 떠올렸다. 그러자 그것과 가장 닮은 미소가 입가에 떠올랐다.
아니, 다 입었어.
단순한 배란통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