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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구의 애매한 서화

정신차려... 이 과목은 따놓은 에이플이라고ㅋㅋㅋㅋ





 수면이 잔잔한 밤이었다.
 지민은 배 위에 나와, 새카만 바닷물뿐인 밤풍경을 멀거니 바라보고 있었다. 바다의 밤은 푸르고 새카만 색이어서, 멀리에 뜬 흰 달과 쏟아지는 듯한 별들만이 지민이 눈을 뜨고 있다는 걸 상기시켜주고 있었다. 눈을 감으면 쉼없이 파도소리가 들렸다. 이상하게, 이 곳의 어둠은 지민이 아는 것보다 더 짙은데도 지민을 삼키려들지 않는다. 어쩌면 이미 충분히 새카맣기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지민은 다시 눈을 떴다. 눈을 뜨자 오렌지색 램프의 불빛이 눈 앞에 퍼졌다.

 내가 깨웠어?
 없어졌길래 찾으러 나왔지.

 없어져봤자 배 위에 있을 것을 싶어도 기율의 마음 씀씀이는 기쁘다. 지민은 기율이 가지고 나온 담요를 나눠덮으면서, 뒤늦게 자신이 추위에 떨고 있었음을 깨달았다. 차가워졌네. 공주님은 몸을 차게 하면 안 된대도. 그러게. 차가워졌네. 대답하면서, 아직 침실의 온기가 남아있는 쪽의 몸을 끌어안는다. 뒤늦은 추위에 몸이 덜덜 떨렸다. 기율이 어깨를 감싸며 말했다. 들어가자. 다시 따뜻하게 해줄게. 잔잔한 파도같은 목소리에, 지민은 고개를 끄덕였다.

 응.

 그리고 고개를 젓는다.

 조금만, 이렇게 있다가…….

 잠투정을 하듯이 눈을 감는다. 램프의 귤빛 조명이 부드럽게 눈꺼풀 밑으로 스며들었다.
 금새, 파도소리 말고는 아무것도 들리지 않게 된다.

 어디 가버리진 말아. 기율이 낮게 말했다.
 아무데도 안 가. 지민은 대답하면서 품에 파고든다. 담요가 구겨지는 소리는 파도소리에 묻혀버린다. 아니, 어딘가 가는 중이지만. 그러게. 게다가 어디 가버리려면, 배에서 뛰어내려야 할텐데. 그런 건 좀 참아줘, 배지민 씨.

 그치만 정말 안 추웠는걸.

 그런 거 치곤 덜덜 떨고 있던 거 아니야?
 율이가 따뜻하게 해준다며?
 그랬지.
 또 뭐라고 했더라, 우리가 인생의 한 배를 타게 되면 많은 암초와 높은 파도를 만날지라도…….
 ……하하, 이만 들어갈까?

 한 물 간 은유라고 생각했는데 정말 배를 타고 있지만.

 응. 이만 들어가.

 아무래도 상관없나 싶어서 목을 꼭 끌어안자, 여행짐처럼 담요에 포장되어 안아올려진다. 순순히 배 안으로 운반되면서 따뜻하게 해 줘야 돼. 하고 다시 한 번 다짐을 받자, 그럼 그냥 잘까봐? 공주님은 몸을 차게 하면 안 된대도(2) 같은 능청맞은 대답이 돌아온다. ……예전부터 생각했지만 역시 공주는 율이 같은데. 난 기사님. 하하, 양보의 미덕을 좀 발휘해봐. 너라니까요. 그리고 저는 기사가 아니라 왕자거든요. 어차피 왕족이면 공주여도 되잖아. 싸우자 공주. 글쎄 왕자라니까. 부부싸움이 하고 싶어? 부부싸움은 아니고, 프린세스 자리를 걸고 결투. 아하, 종목은 뭔가요 공주님?

 음. 뭐가 좋을까…….

 그 어디에도, 지민이 싫어하는 추위는 없었다.



 별 따와. 못 따오면 나의 승리. 이런? 페어 플레이 정신은 어디에 팔아먹으셨나요. 음. 그치만 네가 따오면 난 귤 따올텐데. 여기 바다 한복판에서 어떻게 귤을? 네가 별 따오면 그 때 생각해보지 뭐. 아마 그 전에 제주도에 도착할지도 모르잖아. 아하. 이 결투는 인정할 수 없는데. 그럼 베개싸움할까. 베개도 하나밖에 없는데 무슨 베개싸움을. 아-아. 우리 너무 가난한 것 같아. 무슨 집에 베개가 하나밖에 없어? 2인용 원앙금침이니까 그렇지. 몰라. 다음엔 꼭 베개를 다섯 개쯤 사줄 수 있는 남자랑 결혼해야지. 다음에? 다음에 언제? 다음 주에 네가 베개 사주면 그 때 너랑. 아하. ……아, 아니다. 검약하는 주부가 될래. 결혼식은 한 번이면 됐고, 베개가 여러 개 있으면 네 배 깔고 못 자잖아. 그러게요.

 같은 걸 붙이려다가 넘 뻘해서 관두고....ㅍㅍ.... 아 시험공부는 언제 할 생각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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