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얍.
책읽듯 단조로운 기합소리와 함께 등을 얻어맞고ㅡ밟혔다고 하는 게 맞는 것 같기도 하고ㅡ서 뒤를 돌아보면, 아무 것도 안했다는 듯한 표정으로 지민이 누워있었다. 불렀어? 묻자 고개를 끄덕거린다. 왜냐고 자신이 묻기 전에 이유까지 말한다. 심심해, 하고. 한 두 번 있는 투정은 아니어서 기율은 무얼 할까 잠시 고민한다. 오늘은 볕이 좋으니 어딘가 피크닉을 나가는 것도 싫어하지 않을 것 같은데, 오후에는 두 사람 모두 아르바이트 일정이 있다.
글쎄, 뭐할까?
모르겠습니다. 율인 뭐하고 싶은데?
나도 잘 모르겠는데.
그게 뭐야. 퍽. 퍽. 이래서는 답이 나오지 않는다. 지민의 발장난은 늘 스킨쉽과 아프지 않은 구타의 중간 즈음에 있었기 때문에, 좀 더 밟히고 있다는 기분을 받기 전에 발목을 잡아올린다. 뭐라 말하기도 전에 그 발은 조금 허공에 버둥거리다가, 당연하단 듯이 어깨 위에 걸쳐진다. 연두색으로 반질거리는 발톱을 까닥거리면서 지민은 조그맣게 웃었다.
음. 있잖아.
그리고 뭐가 있냐고 묻기 전에 무어라 작게 흥얼거린다. 간신히 기율 정도에게나 들릴 수 있도록, 아주 작게. 그리고 조금 수줍게. 어디서 들어봤던 멜로디 같기도 하고, 아닌 것 같기도 하고. 그리고 그 노래 가사는…….
응?
혹시 잘못 들었나 싶어서 되묻자, 다른ㅡ이불 속에 파묻혀있던ㅡ발이 나타나 배를 꾸욱 밀어버린다. 못 들은 거 아니면서 왜 이러십니까, 주 기율 씨. 투덜거림이 꼭 책읽듯이 들려서 기율은 웃고 말았다. 미안. 그리고 배를 누르고 있는ㅡ혹은 밟고 있는ㅡ발을 들어 감싸쥐었다. 그러자 양 발을 까닥이면서 지민이 다시 웃는다. 제대로 들었어? 간신히 기율 정도에게나 들릴 수 있도록, 아주 작게. 하지만 그 목소리에 수줍음 같은 것은 없다.
제대로 들었어, 배 지민 양.
기율은 장난스레 대답하며 몸을 숙인다. 그러자, 당연하단 듯이 지민의 팔이 목에 감겨왔다.
아... 구리닼ㅋㅋㅋㅋ 아 구렼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넹 리.. 리퀘. 둘이 노는 거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