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Rolling Star - YUI
부모님한테 너랑 바다 간다 그랬엉 잘 부탁해. 하고 미리 자백했더니 지해가 빽 소리를 질렀다.
"바다아!"
나도 바다 갈래! 나도 바다! 설마 진심은 아니겠지 싶어서 지민은 그녀의 절친한 친구를 바라보았다. 슬프게도 지해의 눈은 어느 때보다도 반짝반짝 빛나고 있다. 지민은 지해가 무어라 더 말하기 전에 안 돼, 하고 잘라 말한다. 왜?! 너 두고 잠수타서 그러는 거야? 그럴 리가 있나요……. 속으로 생각하면서 지민은 물안경을 가방 안에 쑤셔넣었다.
"그럼 왜 안 되는뎅?"
"기율이랑 가니까 안 되지."
"귤?"
귤? 귤은 겨울과일 아니야? 하고 지해는 고개를 갸웃거린다. 그리 어려운 말을 쓴 것 같진 않은데, 혼자 혼란에 빠져 열심히 귤은 까먹는 과일인데 하고 궁리하는 표정이 안쓰럽다. 여기서의 귤이 겨울에 까먹는 과일이 아니라 인간, 그것도 네가 잠수타던 작년 겨울부터 만난 남자라는 걸 설명해주려는데 지해는 이미 멋대로 결론을 내린 듯,
"으앙, 밀이가 날 버렸어어어───!"
이하생략. 지민은 빠르게 양 손으로 귀를 틀어막았다.
2. Sugar Guitar - Skye Sweetnam
[▶] Maybe Love A14. Over the Rainbow
다시 자느라 잊어버렸지만, 야밤에 횡설수설하면서 바다에 가자는 말을 들었을 땐 사실 그 이의 바이크에 매달려서 한적한 해변에 도착, 사이좋게 파도를 바라보다가……. 뭐 그렇고 그런 드라마에 나올 법한 러브씬을 생각했었던 것 같다. 사실, 지민이 정말로 잊고 있었던 건 기율이 기본적으로 성실한 성격이고 자기가 말한 것은 꼭 지킨다는 점이다.
"그래서……."
그리고 현실의 바다란 것은 그런 드라마와는 거리가 조금 있기 마련이다.
"정말로 바다에 왔네."
"정말로 바다에 왔지."
머리 하나쯤 위에서 기율이 기쁜 듯이 미소지었다. 약속을 지킨 것이 뿌듯한 건지 이런 전형적인 바다 피서를 좋아하는 건지는 모르겠지만, 땡볕이 내리쬐고 있는 탓에 눈이 부시다. 아니 원래 눈부시던 남자였던가? 눈부신 건 둘째치고 이러다간 겨울과일도 잼이 되어버리지 않을까 싶은데, 왠지 기율은 생기있어보인다. 반짝반짝 보기 좋은 광경을 찌푸리며 보는 건 예의가 아니지 싶어서, 지민은 머리띠처럼 쓰고 있던 썬글라스를 내려썼다.
사람 진짜 많다. 그러게. 썬크림 발라줄게. 응? 나 바다 들어갈건데? 그래도 좀 발라야지. 원래 저런 바다는 엄청난 비율의 썬크림과 화장품과……. 기타 등등으로 오염되어 있는 거라구. 그렇긴 하네. 그보다, 자리부터 잡자. 수영할거지?
……저, 썬글라스 말고 물안경도 가지고 왔습니다만.
3. Video killed the Radio Star - RadioHead
망(亡).
갑자기 이 글의 장르가 동양풍 고전으로 변한 게 아니라, 머릿 속에 방금 떠오른 한자다. 영문과인데 왜 한자가 먼저 떠오르는 걸까, 망한 휴가 망한 피서! 아이구 망했어요~ 뭐 그런 것들이 질서없이 머릿 속을 휘젓는다. 지민은 탈의실에 들어선 순간 멋진 타이밍으로 아려오는 자궁님……아니 난소님, 아니 뭐든 간에, 어차피 내려다보려면 몸 아래를 투시해야 하니 그냥 아랫배를 내려다보았다. 분명히 예정일은 이 주 뒤일텐데 무슨 일이신가요. 설마 생리할거니? 할거야?
아. 생각해보면, 아픈 정도가 다르니 배란통이 아닐까 싶다.
패닉이 끝난 머리로는 어차피 선크림 등으로 이미 흐려진 바닷물, 아예 영양가 많은 핏덩이를 좀 섞어주는 것도 상관없지 않겠나 싶었지만, 살살 아리는 아랫배의 기분은 생리라도 시작한 것처럼 더러우신 모양이다. 갑자기 세 조각짜리 수영복이 굉장히 추운 옷처럼 보이고 애먼 물안경이 배덕한 악세사리처럼 보이고, 그냥 따뜻한 전기장판 위에 몸을 지지고 싶은 게으른 욕망이 스멀스멀 기어올라오는 게……. 아. 아. 아……. 안 되는데…….
지민은 가방 속에 얌전히 누워있는 올해의 비키니를 잠시 내려다보았다. 아아. 눈을 감는다. 문 너머에서 기다리고 있을 감귤 잼……아니 반짝반짝하던 기율의 ☆바다라서 지금 신났습니다☆ 오오라 영상을 리플레이본다. 그래도 여자친구의 비키니 차림이니까 무언가 립서비스 해 줄지도……음. 음. 치유 효과가 먹혔는지 성난 배가 좀 가라앉는다.
그래, 수영 말고도 바다에서 할 수 있는 일은 많지.
4. She's a Revel - Green Day
"아니, 그냥 안 내켜서. 내가 짐 지킬게."
개뿔. 그런 거 없어. 지민은 혼자 30분 전의 가증스러운 대사를 혼자 중얼거리면서 그런 생각을 했다.
수영할 맘에 들떠있던 기율을 시덥잖은 변덕으로 묶어두는 것도 고문이지 싶어서, 파라솔 대여비를 대신 내게 하고 등을 떠밀어 보냈다. 쿨하고 아량있는 여자친구가 되는 거야. 짐 버려두고 룰루랄라 나갈 수도 없는 노릇이고 오히려 더 잘 된 일이지. 뭐 그런저런 생각을 잠깐 했었나본데……. 이젠 배가 아파서 수영을 안 하기로 한 건지 수영을 못해서 배가 아픈건지 모르겠다. 배가 아파서 잠깐 판단능력이 떨어졌던 게 아닐까……지ㅡ이잉.
어, 문자다.
[잘놀고잇서? 밀이나빠;ㅅ;ㅅ;ㅅ;ㅅ;]
"……."
잘 놀고 있냐구? 단둘이 와 놓고 하나는 수영, 남은 하나는……. 방금 전까지 핸드폰으로 테트리스를 몇 판 하다가 재미가 없어져서 덮은 참이다. 하지만 그런 신세를 에어컨 바람 쌩쌩 부는 집에서 블로깅이나 하고 있을 지해에게 실시간으로 보고할 마음은 들지 않아서, 슬라이드를 그냥 덮기로 한다. 파라솔의 그늘에 숨어있긴 하지만, 더운 햇빛 탓에 상대적으로 몸이 추웠다. 추위에 대한 방편으로 다리에 덮고 있던 수건에 팔을 숨기고, 무릎을 끌어안는다.
"……잘 놀고 있어? 귤이 나빠……."
기율이 잘못한 건 하나도 없다는 걸 잘 알지만, 조금 외롭다.
신나게 수영하다 말고 짐지키는 여자친구가 생각날런지는 모르겠지만, 자고로 50분 수영 10분 휴식이라는 명문은 바다에서도 수영장에서도 통용되는 말이다. 멀리 나갔으면 물놀이나 하는 예쁜 여자들도 없을테고. 기율이 돌아오면 안고 있던 수건으로 소금기나 털어줘야지 생각한다. 5분 더 빨리 오면 썬크림도 다시 발라줄게, 그러니까…….
"저,"
"네?"
"혼자 오셨어요?"
……방금 전까진 그런 걸 생각하고 있었던 것 같은데.
5.
6. 人漁 - 天野月子
자타공인, 지민은 다가오는 인연과 지갑은 피하지 않는 여자다. 헌팅남의 지갑을 설득해서 아이스크림을 뜯어내던 찰나 15분 일찍 나타난 기율이 그걸 어떻게 생각할지는 모르겠지만, 적어도 반짝반짝 신났어요 오오라가 증발해버린 걸 보면 기쁘지는 않았던 모양이다. 덕분에 지민은 1.5개 째의 아이스크림을 해치우고 막대를 모래에 묻었다. 0.5개 분량의 먹다 버려진 아이스크림에게는 미안한 일이지만, 이름모를 남자가 노점에서 사 온 천원짜리 캔디바보다 남자친구가 손 잡고 슈퍼에 가서 입에 물려준 700원짜리 메로나를 먹는 게 우선순위다. 게다가 메로나는 빨리 녹잖아?
"멀리 나갔어?"
"응. 사람 없는 데까지."
"좋았겠다. 썬크림 없는 데까지?"
"썬크림 없는 데까지."
그래서, 파라솔 아래로 돌아와서 썬크림을 발라줄 땐 다시 화기애애해졌다. 사실 미안해야 할 건 갑자기 배가 아프고 기분이 다운된 이 쪽이 아닐까 싶은데, 사과도 받고 아이스크림도 받아먹고 해서 지민은 배가 불렀다. 아픈 것도 잊고 기분좋게 25분 놀아주고 다시 보내줘야지 생각하는데 뺨이 번들거리도록 썬크림을 발라줬더니 기분 좋아진 게 티났나 어리광을 받아주기로 한건가, 사람좋게 웃으면서 같이 모래장난이나 하잔 거다. 그래서 지금 보내드리는 이 대화는,
"좋았겠다……."
모랫 속에 귤……아니 남자친구를 생매장하면서 나누고 있는 단란한 대화.
열중해버려서 그만 향 피우고 묵념이라도 해줘야할 것 같은 모래무덤이 완성됐지만, 결혼도 안 한 남자 때문에 과부가 되는 건 취향 밖의 일이다. 그래서 그냥 마음을 다잡고 마저 샌드 아트를 시전, 지금 막 인어 꼬리의 지느러미를 완성했다. 기율은 아랫쪽의 사정을 볼 수 없겠지만 너그러운 성격이니 나중에라도 이 정도 장난은 이해해줄 것 같다.
"있잖아, 사진 찍어도 돼?"
"나를?"
"응. 율이 사진을."
찰칵찰칵, 그러자 인어공주가 웃으며 농담을 했다. 포크로 머리라도 빗어줄까?
장난이 들킨 모양이다. 지민은 웃으면서 드라마 속의 FBI요원이 생매장 된 파트너를 구하던 장면처럼 모래를 파헤치고 기율을 힘껏 끌어안는 걸 생각해봤지만, 이미 지금의 인어꼬리로 충분히 이목을 끌었겠지 싶다. 차라리…….
아. 그래 차라리.
"율아."
"응?"
"같이 놀 방법이 생각났엉."
이번엔 지민이 반짝반짝, 바다라서 신나! 오오라를 내뿜을 차례다.
7. Kiss me, Hold me - LoveHolic
[■] Maybe Love B29. 2人遊び (두 사람의 놀이)
목까지 파묻힌 채로 지금은 노는 거 아니야? 하고 묻던 거치곤 지나치게 반짝반짝하다. 글자 그대로 ☆바다라서 신나!☆ 오오라를 마음껏 방출하고 있는 기율……아니 정확히는 기율이 남긴 물방울 같은 걸 구경하면서, 지민은 한가로이 볕을 쬐고 있었다. 쭉쭉빵빵한 언니들이나 아이스크림 사줄 헌팅남은 물론, 인구밀도도 낮고 썬크림도 없는 먼 바다에서 이런 일이 가능할 수 있는 건 급히 조달해온 에어 매트리스 덕택이었다. 가끔은 나도 똑똑해질 때가 있다니까. 혼자 그런 걸 생각하면서 납작하게 엎드려 있는데, 기율의 얼굴이 눈 앞에 불쑥 올라왔다.
"정말 안 들어올거야?"
애 떨어질 뻔 했네, 지민은 뒤집어쓰고 있던 수건 끝을 들어 썬글라스에 튄 물방울을 닦았다.
"응. 귀찮아졌엉."
이번엔 거짓말이 아니라 정말로. 기분이 좋은 탓일까 배는 잠잠해졌지만 굳이 바닷물에 뛰어들고 싶지 않은 기분. 이 누나는 네가 먹는 것만 봐도 배가 부르단다, 같은 뉘앙스로 뭔가 말해주고 싶은데 일단 누나가 아니라서 기각. 기율이 웃는 걸 보니 아마 웃으면서 대답하고 있던 게 아닐까 생각한다. 지금은 뭔 짓을 해도 주목해줄 사람도 없지 싶어서, 지민은 팔을 뻗어, 젖은 머리를 끌어다가 입맞춰본다. 아. 이러고 있으니까 영화가 하나 생각나는데.
"……Rose, listen to me."
로즈, 들어봐.
"Listen. Winning that ticket was the best thing that ever happened to me……."
들어봐, 남주인공의 명대사지만. 포지션 상 로즈일리는 없고, 그렇다고 곧 죽을 잭도 아닌 기율의 뺨을 어루만지자, 그가 영화 제목을 알아챘는지 가볍게 웃음을 참는다. 그 승선권을 얻은 게 내 생애 최고의 행운이었어……. 진지하게 흉내내주고 싶었지만 지민의 입가에도 웃음기가 흐른다. It brought me to you. And I'm thankful, Rose. I'm thankful. 난 정말 감사한다고. 애써 폭소하지 않고 그렇게 말하자, 기율의 호흡이 조금 변한다.
"Promise me you will survive……."
that you will never give up, no matter what happens, no matter how hopeless…….
천연덕스레 대사를 받아 이어주는 기율의 눈이 사랑스러워서, 지민은 잠깐 이 매트리스에 매달려있는 남자가 정말 잭 도슨이 아닐까 생각한다. 그 영화 속의 푸르고 어두컴컴한 바다는 절망적이었지만, 그 배 위의 두 연인만은 눈물겹게 아름다웠다고 기억한다. 바닷물로 차가워진 기율의 손가락이 뺨에 닿는다. 지민은 그 손에 새삼스럽게 더위를 느낀다.
연기에도 소질이 있는 것 같은데, 그런 것을 생각하면서,
"Promise me now, and never let go of that promise."
"I promise."
지민은 잠시 그 버려진 세계의 여주인공이 된다. 이거, 시작했을 때보다 훨씬 간지럽습니다만.
"Never let go."
"I promise. I will never let go, Jack."
물 위에서 기율이 지민을 올려다본다. 어렸던 소녀 시절, 그 시대를 풍미했던 영화를 열심히 돌려보면서 매번 울었던 건 지민이 아니라 지민의 오빠였지만, 지금의 지민은 평화로운 동해 바다 위에 둥실둥실 떠있다. 반으로 쪼개진 여객선과 모든 것이 얼어붙은 바다가 가슴아파 눈물흘릴 시간은 아닌 것 같다. 그래서 지민은 기율에게 미소로 답했다.
"……I'll never let go."
아무도 죽지 않을 그 바다, 잠시, 대본에는 없었던 러브씬이 한 컷 삽입된다.
8.
9. 죄와 벌 - SG Wannabe
50분 수영 10분 휴식이고 여자의 사정이고 뭐고, 흠뻑 젖어서 매트리스를 끌고 돌아온 것은 이미 하늘 색이 변한 뒤였다. 샤워장에서 모래를 씻어내고 나오던 길, 아마 남자니까 더 빨리 씻고 이미 나와있지 않을까 생각했는데 아니나 다를까, 기율이 수건을 하나 가방을 하나 든 채 기다리고 서 있었다. 뒷모습이지만 저 정도의 장신이면 알아보기도 쉽다.
"……."
정확히는 쭉빵한 언니들에게 붙잡힌 채로 서 있는 것 같지만.
그렇지. 잊고 있었지만 이 곳은 사람이 넘쳐흐르는 바다. 뒤에서만 봐도 저 정도로 훤칠하고 멀쩡해보이는 남자를 혼자 내버려둘 리가. 오호호 오빠 참 훈남이다, 우리랑 같이 안 놀래? 손만 잡고 잘게 언니 믿지? 호호호호 하는, 뭐 그렇고 그런 게 붙는 게 이상할 것도 없다. 2인조라니, 오 신이시여……지민은 속으로 감탄하다가 자신이 무교임을 기억해낸다.
몇 시간 전의 기율처럼 내 여자한테 손 떼 돼지쐉년들아! 하고 외쳐주기엔 콜라병 같은 언니들의 비키니 차림이 너무 훈훈해서, 지민은 잠시 모르는 사람인 척 기율이 헌팅당하는 모습을 지켜보기로 한다. 상냥한 성격이니 거절도 잘 못하려나, 언니한테 잡아먹힐 것 같으면 가서 백마……아니 하얀 가방 든 기사처럼 짜잔☆하고 나타나서 구해줘야지, 한가하게 그런 것을 생각하고 있던 찰나, 용케 일행이 있다고 웃으며 거절한다. 잘한다 공주님, 하고 뒤에서 소리없이 쾌재를 부르는데 콜라병 언니A가 손을 뻗으며 말한다. ……아니 지금 어디에다 그 섬섬옥수를 대시는건가요 언니.
"진짜? 그럼 폰번호라도 알려주면 안 돼? 나중에 만나면 되자나."
저 언니가 오늘 바닷물을 너무 마셨나.
지민은 안되겠다 싶어서 단단히 썬글라스ㅡ물론, 언니들과 나중에 어디서 마주쳤다가 따귀맞을까봐 무서우니까ㅡ를 눌러쓴다. 언니A의 예쁘게 네일아트된 손을 제 손으로 교체해주자. 흠. 흠. 목소리 좀 가다듬어주고,
"오래 기다렸어, 오빠?"
오빠, 에 음절음절 힘을 주면서, 근래 지었던 것 중에 가장 환하게 미소지었다.
이런 때 말하는 거겠지. I'm the King of the World!
10. Heavy Sun Heavy Moon → Fake Traveler - Peppertones
기율이 들고 있던 수건을 어깨에 덮은 채, 느릿느릿 걸었다. 수많은 파라솔과 인파가 느릿느릿 멀어진다. 막 차가운 민물에 소금기를 뺀 팔은 서로 차가웠지만, 손을 맞잡자 조금씩 미지근해지는 것 같다. 글쎄, 잭과 로즈가 살아남아 하선했다면 이런 기분이었을까. 왠지 물어봐야할 것 같아서 율이, 언니가 아이스크림 사줄까? 에서 주어 부분을 생략하고 묻자 기율이 고개를 저었다. 이제 저녁 먹어야지. 배고프지 않아? 음, 몇 시나 됐을까 싶은데……지ㅡ이잉.
문자가 또 온 것 같다. 지민은 가방에서 핸드폰을 꺼내는 대신, 머리 하나 위를 올려다보았다.
"배고파. 율이는?"
별다른 오오라는 안 보이는데, 보기에 좋다 싶어지는 건 노을이 아름다운 탓이지 싶다.
"나도. 저녁 먹을까?"
"그래, 저녁 먹자."
뭐 먹을래. 보통 바다에서 뭐 먹지? 글쎄, 치맥일까. 치맥? 치킨에 맥주? 응. 근데 그건 밤참 아니야? 그런지도, 밤에? 맥주 마시고 싶어? 음. 글쎙. 지민은 저녁에 대한 고민을 흘려들으면서 콜라병 여자 A가 하던 성희롱을 따라해줄까만 생각하다가, 밤으로 기회를 미뤄두기로 결심한다. 있지 율아 내가 생각해봤는데. 뭘?
"아까 너, 나 뒤에 있는 거 알았던 거지?"
"……."
오빠라고 부른 건 귀여운 이름을 굳이 알려주고 싶지 않아서였던 것 같다.
그래도 바다오길 잘한 것 같아. 바다 좋았어? 응. 메로나도 좋았고 매트리스도 좋았어. 메로나……. 아이스크림 정말 안 먹을래? 감귤 아이스크림 사줄게. 으음, 밥 먹고. 응, 밥 먹고 후식으로. 그래서 밥은 뭘 먹을 건데? 바다에서 먹는 저녁……음. 먹고 싶다고 다 먹을 수 있는 거야? 아마도? 뭐가 먹고 싶은데? 모르겠습니다. 생각을 해야 골라서 먹지. 음. 칼국수? 바다니까 음식점 찾아보면 있겠지? 조개 많이 넣은 칼국수. 아니면 조개구이. 그거 맛있나? 글쎄, 모르겠다. 아니면 생선. 등푸른 생선도 좋고 오징어 문어도 쭈꾸미도 좋아. 아니면 진짜 치킨이랑 맥주랑 해서 밥 대신 먹어도 돼. 아니면 저기 노점에서 파는 거, 김밥이나 핫도그나 그런 거 사다 먹어도 돼. 아무거나 먹어도 돼……아무거나 다 좋아.
지민은 열심히 열심히 말했다, 너를 정말 정말 좋아하는 것 같단 말만 빼고.
가끔은 그냥 살아있고 곁에 있다는 게 벅차오를 때가 있다.
"지민아."
"응?"
기율이 잡고 있던 손을 놓더니, 부드럽게 어깨를 감싸온다. 어느 나라의 인어공주나 어떤 배 위의 가난한 화가는 아니지만, 배역이야 어찌되었건, 지민이 배의 아릿한 감각도 귀차니즘도 무시하고 그 바다 밑에서 구하고 싶었던 남자다. 그 눈은 여느 때처럼, 어쩌면 여느 때보다 더 상냥하게 지민의 눈을 내려다보고 있다. 숨쉬는 것도 잊고 불안하게 들떠있던 마음이 차분하게 가라앉는다. 치유 효과가 다시 발동하는 모양이라고 생각하면서, 지민은 조용히 웃었다. 기율은 그런 지민에게 뭔가 말하려는 듯 하다가, 말하려고 입을 열려다가 다시 다물었다가, 말하지 않는다. 아니, 이미 말한 것 같다.
"방 잡고 생각해보자, 저녁은."
"아, 그게 나을 거 같다. 짐도 있고."
고개를 끄덕끄덕, 하다가 지민은 답장하지 않았던 문자메시지가 남아있단 것을 기억해냈다. 그 때는 별로 답장해줄 기분이 아니었지만, 아마 [잘 놀고 있어?] 였던가……. 답장은 한참 전부터 이미 하나로 정해져 있다.
지민은, 혼자 또 고개를 끄덕끄덕, 한다.
In Fob Chain Messenger 8.0* : Written by Appeal For Irhi
그래, 갔어 바다. 근데 글이 졸라 장황...........한 번도 안 쉬고 썼어! 길어서 죄송합니다.
놀아주셔서 늘 감사하구요. 재밌던 썰을 랜덤 노래 들으면서 엉망진창 써놔서 세 번 죄송합니다 흑흑.
그래, 갔어 바다. 근데 글이 졸라 장황...........한 번도 안 쉬고 썼어! 길어서 죄송합니다.
놀아주셔서 늘 감사하구요. 재밌던 썰을 랜덤 노래 들으면서 엉망진창 써놔서 세 번 죄송합니다 흑흑.